여행 책 읽을 때마다 회사 동기 형이 나에게 하는 말이 있었다.
"자꾸 그렇게 불량한 책 읽으면 회사 생활 못하는 거 아냐?"
웃으면서 농담처럼 한 말이었지만,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것처럼..오반가.. 여튼 점점 진실을 알아가는 것 같고,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참으로 다양할 수 있음을 몸으로 느낀다.
그건 그렇고, 여행 책은 잡게 되면, 다음 날 출근할 거 생각하지 않고 계속 읽게 된다.
그 이야기가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날 때도 있고, 들려주는 이야기 속의 사람이 너무
맑고 선해서, 그 맑음이 나에게 전해지는 것 같아서 가슴이 찡할 때도 있다. 어느 낯선 나라의 길거리를 보면서 저 길 내가 걸었던 길과 참 비슷하다 이러면서 왠지 모를 향수를 느끼기도 한다.
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은 작가가 방콕의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장기 여행자들의 인터뷰 내용을 담은 책이다. 인터뷰를 실은 책이니 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카오산 로드는 태국 친구와 함께 가 보았다. 그 때는 일본에서 친해진 태국 친구 집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여행자들의 메카라는 카오산 로드를 깊이 있게 느끼지는 못했다. 거기에서 며칠 지내보고 다른 외국인 여행자들과 말도 섞어 보고 해야 그런 걸 느낄 수 있는데. 그 때 난 태국인 친구의 배려로 친구집에서 정말 호사스럽게 지냈기에 ㅋ
책에 나온 몇 가지 인터뷰 중에.. 와 닿았던 몇 가지를 인용해 보자면
"사람들을 더 바라봐야 한다는 것. 우리는 모두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해. 내 인생, 내 직업, 내 일, 내 아이들, 내 어머니, 내 아버지, 내 친구 등. 그런데 그런 삶은 완전하지 않은 것 같아. 사람이 서로 소통하지 않는다면 그건 완전한 삶이 아닌 거야. 난 상대에게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는 세상을 이해할 수 없어.
(중략)
혼자 중얼거렸어. 잘못된 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거다. 때로는 나만 생각해야 할 때가 있는 거고, 때로는 내가 먹고 살 수 있을 만큼만 감당할 수 있는 거다... 어쩔 수 없잖아. 내가 먹고 사는 걸 먼저 행겨야 하는 건... 하지만 그 다음에는 반드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자고 마음먹었어."
- 사는 데 많은 게 필요한 건 아니다. 트레이시아 버튼 27세 자메이카
"주로 자연 속을 거닐며 홀로 있을 때, 짧지만 가슴 벅찬 순간들이 있어. 내 몸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벅찬 기운으로 가득 차. 그 기운이 빨리 내 몸을 빠져나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뉴질랜드의 어떤 산에 올라갓을 때였어. 구름이 가득한 매우 평화로운 곳이었지. 그곳에 잠시 앉아 쉬고 있는데 어느 순간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내가 자연과 교감하고 있다고 느꼈어. 정말 평온한 순간이었지. 고요함과 평안함, 행복은 함께 온다고 생각해"
- 이제 일하는 게 그리워, 요나스 테일러 28세 독일
2003년 여름이었던 것 같다. 교수님이 출장을 가신 틈을 타 몰래 혼자 여행을 질렀다. 전라남도를 혼자서 돌아보는데, 순천의 선암사를 갔을 때였다.
선암사까지 길을 올라가는데, 하늘이 녹색의 짙은 잎으로 가득 덮여서 하늘색이 정말 점점으로 보이더라.. 강렬한 햇살과 그 햇살을 모두 막아주는 강한 나무들. 매미 소리. 상쾌한 바람.
내가 자연으로부터 보호 받고 있다고 느꼈다. 그 감동에 너무 가슴이 벅차 올라서 흘핏 눈물도 흘렸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옆 사람 신경 안쓰고 노래도 흥얼 거리면서 헤죽헤죽 대며 선암사까지 올라갔었다. (더위먹었던 거였나 -.-;;)
사람에게서 듣는 감동적인 이야기는 정말 영혼을 진동시킨다. 물을 가득 담아 둔 욕조에서 벽면을 때려서 징~하고 파동이 생기는 것처럼. 정말 내 가슴과 영혼이 진동하는 것을 느낀다. 여행에 관한 책을 읽을 때. 그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정말 순수할 때. 가슴으로 파동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