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지만 절대 만화책 같지 않게 글이 많은 책이다. 어른들이 잘 알고 있는 대망이라는 책의 만화 버젼이다. 총 13권.


여자친구 아버님께서 추천해 주셔서 빌려서 읽은 책이다. 푸힛. 글도 많고 13권이나 되다 보니 읽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다. 일단 만화잖아. 그리고 전쟁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다.

내가 읽고 재미있어 하는 것을 보고 여자친구도 다 읽었다. 둘 사이에 대화의 새로운 프로토콜이 생겨서 이야기할 화제가 더 풍부해 진 것 같아서 참 좋더라. 이래서 둘이 뭔가를 같이 하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동신에게 추천해 주었더니 하루 이틀 만에 열 세권을 다 읽어버리더라. 무서운 놈.

1. 인내심.

13권을 다 읽고 나서 가장 인상에 남는 건

-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석함
-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내심

이렇게 두 가지다. 두 사람 다 천하의 통일이라는 높은 이상을 가지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내심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석함과 오다 노부나가의 결단력이 키워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어떻게 보면 오다 노부나가의 결단력에 매료되어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인내심을 배우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모든 상황을 꿰뚫어보는 명석함을 알게된 뒤 역시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인내심을 배우게 되었던 것이다.

인내심이라는 건 결국 겸손과 이어지는 것일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좋은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빠르게 변화는 사회에서, 그것도 더 빨리 바뀌는 기술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 이 '겸손 = 인내심'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는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2. hierachy

전국 시대에 전쟁을 하는 장수는 정말 발에 차일 정도로 많다. 하지만 전쟁없는 천하를 얻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전쟁을 하는 이들과 자신의 영지를 넓히기 위해서 전쟁을 하는 이들과는 그 마음가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나쁘고 대의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 이것은 전국 시대의 상황이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느냐에 따라서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 만 석의 영지를 가진 다이묘가 몇 십만석의 영지를 다스리는 성주를 모시는 계층적 구조의 사회에 접어들어 있다면 작은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는 것보다 더 큰 대의를 위해서 행동하는 쪽이 훨씬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에 이러한 하이어라키가 전혀 성립되지 않은 완전 초기의 전국 시대라면 더 많은 영지를 차지하겠다는 개인적 욕심이 더 큰 다이묘가 몇 십만석 영지의 주인인 성주가 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상황이 어떤 가에 따라서 어떤 노선을 택하는 것이 현명한가가 달라진다는 이야기.

industry dynamics에서 하이어라키가 상당 부분 결정되어 있는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면 그 기업 하나의 이익보다 업계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기업에 있는 것이 당연히 더 좋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자기 발전만 생각하는 대기업 A와 산업 전반의 발전을 꾀하는 대기업 B가 경쟁한다면 대기업 B가 천하를 얻을 확률이 더 높다고 본다. 이런 분야에서는 속도보다도 인내력이 중요한 요건인 것 같다. 결국 빨리 빨리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보다도 크게 키울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을 기다리는 인내심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 이건 어느 정도 하이어라키가 잡혀 있는 전국 시대의 형태라고 할까.

하지만 이러한 하이어라키가 없는 업계라면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더 많이 뛰는 기업이 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결국 업계 전반의 ecosystem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가지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이 먼저 더 많은 영지를 소유하는 다이묘가 되어야 하는 거다. 이러한 하이어라키가 없는 완전 전국 시대에서는 빠른 속도가 인내심보다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

현재 internet industry는 후자라고 본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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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창수 (burning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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