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있는 에스컬레이터에 가까이 다가간다. 에스컬레이터가 동작하지 않는다는 건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다.

이건 움직이지 않는 에스컬레이터야.

이렇게 인식을 하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도, 처음 한 두번 계단을 오르는 동안은 관성을 느낀다.
몸이 앞으로 툭하고 쏠리는 느낌을 받는 거다.

아니 이게 움직이지 않는 에스컬레이터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데, 왜 몸이 이렇게 반응할까.

처음에는 단차에 원인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계단은 단과 단의 높이차가 일정하지만, 멈춰 있는 에스컬레이터는 처음 시작하는 두 세 계단의 단차가 훨씬 작기 때문에, 뭔가 여기에서 툭하고 쏠리는 느낌을 받게 되는 건가?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에스컬레이터의 마지막 몇 계단 역시 단차가 훨씬 작아지지만 여기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다.

그래 그렇다면 말이지, 과연 원인이 무엇일까.

우리의 몸에 학습된 "에스컬레이터 모듈"이 머리보다 앞서서 동작하는 것 아닐까?

머리로 "움직이지 않는 에스컬레이터" 라는 것을 이미 생각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생각이 몸이 이미 학습해 버린 "에스컬레이터" 관련 부분을 이기지 못하는 거 아닐까.

뇌과학 쪽을 구체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니면 행동심리학 뭐 이런 쪽 연구하는 사람이 있으면 뭔가 답 비슷한 것을 줄 수 있을 것 같긴한데,
뭐 분석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일단 내가 말한 가설이 맞다고 해 보자.

그렇다면, 우리는 "생각"과 "몸으로 배운 것"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고려해 봐야 한다.

에스컬레이터 사례를 통해서 보면 "몸으로 배운 것"이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두 개가 다른 이야기를 할 때 "몸으로 배운 것"이 이길 확률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비슷한 경험이 여기 또 있다.
6년 동안 나는 전산을 공부했다. "인터넷"의 위력이니 이것이 가진 가능성이니 하는 것을 숱하게 많이 들어왔고, 이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어가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아 왔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는 이것을 "생각"으로만 알아왔던 것 같다. 최근에 몇 가지 경험을 통해서 이러한 "웹"의 가능성을 몸으로 약간씩 배워 가고 있다. 말로 표현해 보면 내가 예전에 알고 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마음으로 다가오는 것은 분명 과거와 다르다.

그럼,다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이야기를 해 보자.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몸으로 부딪히자. 생각 만으로는 알 수 없다.
몸으로 배운 것이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을 몸으로 익혀서 배운 사람은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성공할 수 밖에 업는 거다. 몸으로 배운 것은 강력하기 때문이다.
Posted by 이창수 (burning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