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처음 만들 때는 밝고 명랑하면서 허접한 생활 이야기를 많이 써야지 생각을 했는데, 요즘에 자꾸 철학적인 태도나 생각에 대한 글들을 포스팅하고 있다.

일 끝내고 밤 시간에 글을 쓰니까 그런 건가.

얼마 전에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나온 이야기이다.

나:

좀 무서운 이야기일 수 있겠으나, 나는 내일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편이다. 그래서 내가 현재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일인지를 많이 생각한다. 내일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오늘만 참고 견디면 내일은 더 좋아질거야 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힘들고 어려운 일도 한다.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일도 그 과정이 즐거운 경우에만 나에게 의미가 있다. 과정 자체를 전혀 즐기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가 생긴 그 이후만을 바라보면서 하는 일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친구:

그런데 만약 우리가 내일 죽는다면 오늘 일도 하지 말고, 무조건 가족이랑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거 아닐까


나:

우리가 내일 죽는다면 물론 그렇게 해야 겠지. 하지만 우리는 내일 죽는 게 아니라,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거다. 내일 죽는다는 것과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은 아주 다른 이야기이다.


어떤 사람을 보면 우리가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그 "가능성"을 전혀 무시하고 사는 듯이 보인다. 내일은 불확실하며, 어떤 불가항력적인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내일에 대한 그 "가능성"을 확정적 사실로 받아들여서 내일 이후를 내다 보지 못하는 사람은 꿈을 꾸지 못하기 때문에 슬프다. 하지만 더 슬픈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그 "가능성"에서 본인은 해방되어 있다고 생각하여, 너무도 소중한 오늘을 희생하는 사람들이다.

오늘이 즐거워야 즐거운 내일을 만들 수 있다.

놀고 먹자는 말이 아니다. 고시 같이 시간이 길게 걸리는 시험을 준비하지 말라는 말도 아니다. 다만, 그 "가능성"을 무시한 채로 오늘을 참아내듯 살지는 말자는 거다.

Posted by 이창수 (burning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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