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출산 육아와 운전 면허의 공통점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운전 면허 필기 시험 전의 긴장감을 아직 나는 기억하고 있다. 이 시험의 긴장감은 다른 시험과는 다른데, 가장 중요한 게 뭐냐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다 붙는 시험이라는 거다. 남들이 대부분 다 붙기 때문에 혹시나 내가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기존과는 다른 묘한 긴장감이 있었다. 운전 면허 필기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합격한게 기쁘고 자랑스러우면서도 역시 남들도다 붙는 거기 때문에 특별히 티나게 기뻐할 수 없는 것도 운전 면허 필기 시험의 특징 중에 하나 일 것이다.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것을 느낀다. 출산과 육아의 이 힘든 과정은 우리만 특히 힘든 거 같고, 갓 태어난 생명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느끼게 되는 이 가슴 벅찬 순간들도 우리에게만 있는 순간인 것 같은데, 너무나 놀랍게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이런 어려움과 감동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종종 다른 사람들도 다 이런 과정을 겪고 있고 훌륭하게 해 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이 감정의 굴곡만큼을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겪고 있고, 이미 지나왔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겸손해지게 된다.
등산을 하면서 이미 정상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남았어요 하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얼마 안 남았어요 라고 대답해 준다. 정상에 닿기 전에는 그 사람들의 말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서 올라가지만, 막상 하산길에 다른 사람이 같은 걸 물어오면 역시 비슷한 대답을 돌려주게 된다.
백일이 지나면 백일의 기적이 일어나. 돌만 지나면 어려운 건 다 끝난 거야. 두 돌만 지나면 인간이 된단다. 이런 말들 역시 하산길에 건네 주는 "얼마 안 남았어요" 같은 류의 선의의 거짓말스러운 진실인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백 프로 믿지는 않지만 그럴 거라고 희망을 걸어 믿게 되는 말들. 그 순간을 지나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역시 같은 마음으로 반복해 주게 되는 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