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출산 육아와 운전 면허의 공통점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운전 면허 필기 시험 전의 긴장감을 아직 나는 기억하고 있다. 이 시험의 긴장감은 다른 시험과는 다른데, 가장 중요한 게 뭐냐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다 붙는 시험이라는 거다. 남들이 대부분 다 붙기 때문에 혹시나 내가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기존과는 다른 묘한 긴장감이 있었다. 운전 면허 필기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합격한게 기쁘고 자랑스러우면서도 역시 남들도다 붙는 거기 때문에 특별히 티나게 기뻐할 수 없는 것도 운전 면허 필기 시험의 특징 중에 하나 일 것이다.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것을 느낀다.  출산과 육아의 이 힘든 과정은 우리만 특히 힘든 거 같고,  갓 태어난 생명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느끼게 되는 이 가슴 벅찬 순간들도 우리에게만 있는 순간인 것 같은데, 너무나 놀랍게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이런 어려움과 감동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종종 다른 사람들도 다 이런 과정을 겪고 있고 훌륭하게 해 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이 감정의 굴곡만큼을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겪고 있고, 이미 지나왔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겸손해지게 된다.

등산을 하면서 이미 정상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남았어요 하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얼마 안 남았어요 라고 대답해 준다. 정상에 닿기 전에는 그 사람들의 말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서 올라가지만, 막상 하산길에 다른 사람이 같은 걸 물어오면 역시 비슷한 대답을 돌려주게 된다. 

백일이 지나면 백일의 기적이 일어나. 돌만 지나면 어려운 건 다 끝난 거야. 두 돌만 지나면 인간이 된단다. 이런 말들 역시 하산길에 건네 주는 "얼마 안 남았어요" 같은 류의 선의의 거짓말스러운 진실인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백 프로 믿지는 않지만 그럴 거라고 희망을 걸어 믿게 되는 말들. 그 순간을 지나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역시 같은 마음으로 반복해 주게 되는 말들.

Posted by 이창수 (burning9)
2010/05/02 20:21

한국에 온 지 벌써 4일째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빨리 가고 있다. 

준우가 일어나서 밥 먹고, 트림시키고, 한참 고생해서 잠 재우고, 목욕 시키고, 이 사이클 몇 번 돌다보면 하루가 금방이다.

육아가 힘든 것은 확실한데, 이 귀여운 녀석 보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ㅋㅋ 
Posted by 이창수 (burning9)
전철을 타고 가면서 하는 일은 책읽기다. 그런데 피곤하거나 하면 활자가 눈에 잘 안들어오기 때문에 멍하니 앉아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생각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일본어나 영어로 혼잣말 놀이를 하기도 하고 (물론 속으로), 오늘 저녁은 뭘 먹나 하는 생각을 출근길에 하기도 한다. 가끔씩 멍한 생각의 끝에 A : B = C : D와 같은 혼자만의 비유를 생각해 내고는 혼자서 감탄하는 경우도 있는데, 며칠 전 아침에는 이런 생각을 했다.

트위터에서 본 글 중에 "회사에서 내 맘대로 안 된다고 사업을 한다는 분들이 계신데, 사업도 본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모든 결정은 고객이 합니다." 대충 이런 트윗이 있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렇다고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다. 

직장 생활과 사업을 모두 경험해 본 결과 (그리고 여전히 머릿속에 사업에 대한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는 바) 전철을 타고 가면서 발견한 A : B = C : D 에서 사업 : 직장인 = 자가용 : 전철 이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전철을 타고 가면 가고 서고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운전사가 급하게 서면 내 몸은 앞으로 쏠리고, 급하게 출발하면 뒤로 쏠린다. 내 의지 때문이 아니라 이런 문제로 남의 발을 밟을 수도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부서간 밥그릇 싸움. 결국 나와서 싸우는 개인이 나쁜 게 아니라 조직이 그렇게 만드는 경우이다. 당하는 사람도 안다. 저 사람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결국 누구 탓도 하지 못하고 힘들어 한다.

반면에 자가용을 타고 가면 내가 가고 싶을 때 가고, 내가 서고 싶을 때 설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늘 그렇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내 차 앞에 다른 차가 급하게 끼어 들면 나는 가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서야 한다.

위에 어떤 분이 올린 트윗도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맞고 어떤 의미에서는 틀리다. 기본적으로 자가용은 전철에 비해서 엄청난 양의 재량권을 가지게 된다. 전철 타는 것과 자가용을 운전하는 것을 비교해 보시라. 내가 엑셀 밟지 않으면 차는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 상황에 따라서 내 맘대로만 운전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사업한다고 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주주, 파트너, 외부 관련 회사, 직원, 외부의 경쟁 상황 등등 직장에 다닐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이 어느 것 하나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느낄 때도 있다.

에비스 역에 도착해서 전철에 내리면서 또 든 생각은 이거다. 요즘처럼 변화가 잦은 시대의 기업 환경에서는 직장인을 한다고 해서 내가 타고 있는 이 지하철이 철로 따라 잘 갈거라는 보장을 전혀 할 수가 없다는 거다. 전혀 다른 선로로 갈 수도 있고, 아예 운행을 중단할 수도 있다. 결국 종류가 다른 리스크를 선택하는 것일 뿐, (크기가 다른 것도 사실이지만) 양쪽 모두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Posted by 이창수 (burning9)
2010/03/13 05:14
가장 흥미없는 블로그 포스트 제목 근황.

감기 기운에 퇴근하자마자 넉다운 되어서 새벽 3시 쯤 일어나 후로에 들어갔다가, 좀 정신 차리고 컴터 앞에 앉았다.

일본에 온 지 11개월째. 

일본에 와서 가장 좋은 점은 역시 음식. 오기 전에는 이 대답을 좀 부끄러워하면서 참 작은 이유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말할 수 있다. 낮에는 수영을 하니까 오니기리로 먹고 아침에는 출근해야 하니까 역에 있는 소바집에서 소바를 주로 먹기 때문에 외식 할 기회가 잘 없지만 감동적인 맛집이 많다.

사람들이 가볍게 여길지 모르지만, 음식과 날씨만큼 확실하게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도 많지 않다.

회사는 회사의 사업 목표나 비젼 진행 방향 등을 보면 나름 걱정스럽지만 -.-;;; 뭐 그 안에서 내가 하는 일은 일단 재미있다. 조직의 구성원 입장에서는 하는 일이 재미있고, 그게 조직에 공헌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뭐 나름 만족스러운 상태라고 할 수 있으나 이 배가 잘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기 어렵고, 그러한 확신을 심어주는 경영진의 입장에 있지 않다는 측면에서는 안타까운 면이 있다.

여튼 회사 생활은 전반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데, 한 가지 스트레스 요인이 있다면 점점 더 일 적으로 일본인과 엮일 일이 적어지면서 걍 한국 회사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이건 불만. 일본에 있는 한국 회사 중 나름 가장 로컬라이즈가 잘 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인데 역시 한국계 회사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다른 곳도 뭐 비슷비슷한 것 같다.

블로그에 리뷰를 올리지 않고 최근에 읽은 책들: money science, 부의 기원, power, getting to yes, essential drucker. 지금 읽고 있는 것은 Effective Executive.

드러커 아저씨 말은 대부분 다 맞는 말인 것 같고, 대학 때부터 이런 책으르 읽었었다면 더 도움이 되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 때는 지금과 경험한 것들이 다르니 받아들이는 것들도 달랐겠지만 말이다. 결국 의미없는 가정.

근황 중 제일 큰 소식은 다음 달에 아빠가 될 예정이라는 것. 한 사람 (한 아이 보다는 한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 좋은 듯)의 아버지로서 평생을 같이 할 수 있는 동성 친구가 생긴다는 생각에 출근길에도 이유없이 흐믓해지고는 한다. 출산 때문에 와이프가 한국에 가 있어서 현재는 혼자 사는 홀아비. 많이 된 것 같은데 그래봤자 일주일 반 밖에 안 되었군.
Posted by 이창수 (burning9)
2010/01/30 00:21


일본에서는 100 년 이상된 가게들도 심심치 않게 보이기 때문에 13 년 된 가게가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우리 동네에 있는 미소라멘집인데 작년 여름에 발견한 이후로 2 주에 한 번씩은 즐겨 찾는 단골집이 되었다.

카리스마 주인 아줌마가 다른 일을 준비한다고 13 년간 사랑 받아온 이 집을 마지막으로 여는 날이 바로 오늘. 난 한국에서 친한 형이 와서 이형의 인생에서 중요한 일을 도와 주느라 가지 못했다.

와이프가 혼자서 가서 한시간 반을 기다려서 먹고 왔다는데 동네 꼬맹이는 정성 들여 쓴 카드를 전해 주고, 선물을 준비해 온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정말 맛있는 음식은 늘 마음 속에 기억되기 때문에 몇 시간씩을 기다려서라도 먹고, 인사를 하러 사람들이 찾아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소소하게 일상에서 느끼는 이런 한 분야의 깊이가 참 마음에 든다. 



Posted by 이창수 (burning9)

2010년의 시작은, originally uploaded by burning9.

도쿄 타워가 보이는 모리타워 꼭대기에서 럭셔리한 식사와 함께.

올 한해 럭셔리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기를 ㅍㅎㅎ

Posted by 이창수 (burning9)

구루메 메구리, originally uploaded by burning9.

일본은 어제부터 연말연시 연휴다

원래는 홋카이도로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와이프의 컨디션을 고려해서 도쿄
맛집 투어를 다니기로 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세타가야선 메구리

지금까지 먹어본 이태리 피자중 제일 맛난 피자를 만들어준 산겐자야의 il
pizzaiolo

Posted by 이창수 (burning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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